
이루왕
@eeruwang@essay.eeruwang.me
자동 삭제 기능
오늘 내 자동삭제 조건을 조금 더 정교화했다. 그전에는 단순하게 시간으로만 트리거가 되도록 만들었다면, 이번엔 멘션이냐 아니냐게로 삭제를 결정하게 했다. 처음에 삭제 기능을 만들었던 이유는, 여러가지로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내 목소리가 공간을 떠돌 수 있다는 사실이 불편해서였고, 그리고 나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남아있을 것들이 두려워서였다. 나는 내가 떠날 때, 아무것도 남지 않길 원한다. 그렇게 이번 삭제 기능을 넣으면서, 점점 사라지는 목소리를 닮았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공간이 멀어짐에 따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목소리의 울림이 서서히 줄어들듯이, 그렇게 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의 길이를 계산해서 사라지는 순간을 더 자세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그렇게 의미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귀찮아서 안할 것 같지만, 혹시 모르지, 심심한 날 또 손을 대볼지도. 공간적 개념에서 시간적 개념으로 확장이라고 하지만, 온라인 공간은 실질적으로 계산하기 어렵고, 시간으로의 이전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러한 방식을 조금 더 확장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는 말 뿐만이 아니라 흔적들의 작업으로. 그리고 존재 자체를 울림의 분위기로 구성시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